의사의 몸 공부 다이어리
저도 SIBO 환자입니다 —
치료 중인 의사의 솔직한 기록
빈혈, 골감소증, 만성 피로… 원인을 찾는 데 몇 년이 걸렸습니다.
이제야 제대로 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의사도 아픕니다. 그리고 때로는 자기 몸의 신호를 가장 늦게 알아채는 사람이 의사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보려 합니다.
부끄럽지만, 이 기록이 비슷한 증상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고 계신 분들께 작은 힌트가 되었으면 합니다.
증상의 시작 — 뭔가 계속 이상했습니다
만성 피로는 당연하고 , 저장철(ferritin)의 감소, 골감소증, 체중 저하, 장 트러블(IBS)
몇 년 전부터 이유 없이 피곤했는데, 다들 그렇지? 요새 안피곤한 사람이 어디있어 하면서 증상을 간과했지요.
근데 검사에서 체내 저장철 수치를 나타내는 페리틴이 정상보다 훨씬 낮은 5정도로 나오고, 골감소증 진단도 받았습니다. 체중은 의도치 않게 줄었습니다. 코티솔 레벨도 낮았어요. 각각의 증상들이 따로 놀아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도 연결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 — 첫 번째 단서, 그리고 놓친 기회
몇 년 전 유기산 검사(Organic Acid Test)를 했을 때, 이미 세균 과증식 의심 소견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는 장 치료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로 해석하고 영양제 보충 위주로 접근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선택이었습니다.
소변으로 하는 유기산 검사(OAT)는 소변으로 장내 세균·진균 과증식, 미토콘드리아 기능, 영양소 대사 상태를 간접적으로 평가하는 기능의학 검사입니다. 혈액 검사에서 잡히지 않는 문제들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습니다.




2024년 소변 유기산 검사 결과지입니다. 당시 세균대사물과 곰팡이균 대사물이 높게 나왔습니다.

전체적인 대사와 해독작용도 제대로 작용하지않는상태였구요
비타민이랑 영양제 열심히 먹으면 되겠지? 하고 약은 엄청 열심히 챙겨먹었습니다. 하지만 효과는 그닥? 지금생각해보니 장에 문제가있어서 뭘 먹어도 흡수가 잘안되는 상태였던것임..
최근 — 다시 검사, 그리고 장 치료 시작
저는 대한비만미용재생학회 이사로, 재생,줄기세포, 기능의학 소규모 스터디 모임을 하고있습니다.

얼마 전 학회에서 스터디 모임을 준비하면서 다시 전체적인 피검사, 모발 중금속 ,소변유기산 검사를 받았습니다. 결과는 더 나빠져 있었습니다. 세균 과증식 수치가 몇 년 전보다 심해졌고, 그전에 없던 clostridium 균도 발견되었어요. 미토콘드리가 기능도 많이 나빠졌습니다. 최근 들어 피로감도 더 심해진 게 맞물렸습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년 전
유기산 검사 → 세균 과증식 의심. 장 치료 없이 미토콘드리아 영양제로만 대응.
최근
스터디 목적으로 재검사 → 세균 과증식 악화 확인. 미토콘드리아 기능악화와 피로감도 더 심해진 상태.
치료 시작
SIBO 치료용 항생제(노르믹스,후라시닐) 복용 . 항진균제도 복용. 노르믹스 다 복용후 며칠 후 설사 시작.
음식먹고나면 수시로 설사와 복부팽만으로 고생..
현재
나쁜균들은 잡았지만, 유익균들도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유산균 집중 보충 병행. 설사 호전 중. 아침 피로감도 조금씩 나아지는 중.
치료 중 설사 — 당황스러웠던 며칠
항생제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설사가 시작됐습니다. 종종 생기는 반응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며칠간 먹을 때마다 설사를 하니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환자분들이 “설사가 너무 심해요”라고 하실 때 그 말이 얼마나 괴로운 표현인지, 직접 겪어보니 비로소 실감했습니다. 뭘 먹기가 싫고 음식보면 기분이 안좋아지더라구요.
항생제 치료 중 설사, 왜 생길까요? 항생제가 SIBO의 과증식 균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정상 균총도 함께 교란됩니다. 균이 죽으면서 내독소가 방출되거나, 장내 삼투압이 변하면서 설사가 유발됩니다. 일시적인 반응이지만 환자들에게 미리 설명도 잘 해주어야 하고 관리가 필요합니다.
해결책으로 선택한 것은 유산균의 집중 보충이었습니다. 항생제가 비워낸 자리에 다양하고 건강한 균을 새롭게 채워 넣는 전략입니다. 특히 Saccharomyces boulardii를 핵심으로 하고, 다양한 Lactobacillus·Bifidobacterium 계열을 함께 보충했습니다. 며칠 지나니 설사가 줄었고, 지금은 아침에 일어날 때 피로감도 조금 덜한 것 같았습니다.
Food IgG 검사 — 잘 먹는 것만큼 안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SIBO가 있으면 장 점막이 손상되어 장누수(Leaky Gut)가 동반됩니다. 음식 성분이 혈류로 새어 들어가 만성 염증과 음식 과민반응을 유발합니다. 그래서 Food IgG 검사(음식 과민반응 검사)도 함께 했습니다.
⚠ 당분간 피해야 할 음식
밀가루 / 글루텐
키위 / 파인애플
마늘
✓ 장 회복을 돕는 전략
저FODMAP 식단
소량씩 자주 먹기
과식 피하기
밀가루를 끊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빵, 면, 과자… 일상 곳곳에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제 몸 상태를 직접 확인했으니, 안 먹는 것도 치료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쉽지않다..)
장 회복을 위한 추가 프로토콜
식이 조절과 유산균 외에 장 점막 회복을 위해 두 가지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
글루타민(Glutamine) 보충제 — 장 점막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장누수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물에 그냥 타서 먹으면 맛이 정말 없습니다. 시멘트 국물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평소에 먹던 BCAA 보충제(필수아미노산, 근육 강화용)와 함께 섞어 먹기 시작했는데 이게 맛이 베리맛,자몽맛이라, 같이 타먹으니 훨씬 먹기 편해졌습니다. 맛도 개선되고 근육 보호 효과까지 덤으로 챙기는 중입니다.
💉
주기적인 수액 치료 — 경구로 흡수가 잘 안 되는 상태이다 보니, 직접 정맥으로 글루타민을 공급하는 수액을 주기적으로 맞고 있습니다. (디펩티벤) 흡수 장애가 있을 때는 이 방법이 좋습니다.
공부하면서 새삼 깨닫는 것들
이번 경험을 통해 머리로만 알던 것들이 몸으로 새겨지고 있습니다.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먹어도 흡수가 되지 않습니다. 장이 새고 있으면 영양소는 혈류로 가는 게 아니라 염증을 일으키는 연료가 됩니다. 미토콘드리아를 살리고 싶다면, 장부터 고쳐야 한다는 것 — 몸으로 배우는 중입니다.
잘 먹는 것과 안 먹는 것의 균형. 치료하면서도 일상을 유지하는 균형. 그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피로감이 조금 덜하다는 것, 그 작은 변화가 지금 저에게는 꽤 큰 일입니다.
건강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는 중입니다. 이 기록이 비슷한 여정을 걷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며, 앞으로도 치료과정을 조금씩 공유할 예정입니다.